재건축조합 현금청산자에 대한 정비사업비 부담 문제, 대법원 2017두48437 판결 검토!
1. 대상 판결 사실관계 정리 및 쟁점
현금청산자의 정비사업비 부담 문제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두48437 판결 ; 이하 '대상 판결'이라 합니다)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대상 판결의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0 원고들은 재건축조합인 피고의 조합원들이었으나, 2012. 12. 20. 피고에게 분양신청을 한 후 2014. 2. 28.부터 2014. 3. 2.까지 진행된 분양계약 체결 절차에서 분양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현금청산자가 되었습니다.
0 한편, 2013. 4. 16. 정기총회에서 개정된 피고의 정관 제44조 제5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정관 조항'이라 합니다)는 조합원이 관리처분계획인가 후 분양계약 통지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분양계약 체결 기간이 종료되는 다음 날을 현금청산 기준일로 하여 '그 동안 투입된 사업비용'을 공제하고 현금청산금을 지급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0 원고들이 2014. 6. 23. 피고에 대하여 현금청산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자, 피고는 이 사건 정관 조항에 의하면 원고들이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할 때까지 발생한 정비사업비에 대해 종전자산의 출자비율을 곱한 금액을 '정비사업비 부담금'으로서 피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현금청산금에서 공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결국,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① 재건축조합이 현금청산자에게,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조합의 정비사업비 중 일부를 분담시킬 수 있는지 여부, ② 조합 정관의 규정 등을 통해, 위 ①번 쟁점이 가능하다면, 이 사건 정관 조항과 같이, 추상적으로 규정된 정관의 조항만으로도 정비사업비를 부담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됩니다.
2. 조합 정관의 규정 등을 통해, 정비사업비 중 일부를 분담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주택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합니다)」이나 조합 정관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여 현금청산자가 된 경우에는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므로,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현금청산자에게 (현행) 제93조 제1항에 따른 부과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도시정비법에 따른 조합과 그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그 근거 법령이나 정관의 규정, 조합원 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에 따라 규율됩니다. 따라서 현금청산자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조합의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조합 정관이나 조합원 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 등으로 미리 정한 경우 등에 한하여, 조합은 도시정비법에 규정된 청산절차 등에서 이를 청산하거나 별도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두19486 판결 등 참조).
그러면, 대상 판결 사안에서 보았던, 이 사건 정관 조항과 같은 추상적인 규정으로도,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를 부담시킬 수 있을까요?
3. 현금청산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과 내역,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정관으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정비사업비 중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관 또는 정관에서 지정하는 방식으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과 내역,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단순히 현금청산 대상자가 받을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 등을 공제하고 청산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정관의 조항만으로는,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사업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없다."라고 대상 판결에서 판시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판단한 구체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금청산자에게 부담시키는 정비사업비는 잔존 조합원이 부과금의 형태로 부담하는 비용과 동일한 성격으로 볼 수 있으므로, 잔존 조합원에 대한 비용 부담 절차와 형평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잔존 조합원에 대해서는, 정비사업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수입을 반영하여, 부과금의 액수와 징수 방법, 조합원별 분담내역 등을 정하여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잔존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금청산자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경우에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수입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조합원 지위를 보유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합관계에서의 탈퇴 시점에 우선적으로 비용을 부담시키게 됩니다.
또한, 현금청산자의 경우 조합 관계에서 탈퇴하기 전에 그 탈퇴 시점을 기준으로 한 구체적 분담액을 정하여 총회 결의를 거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탈퇴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므로, 구체적 분담액을 정하는 총회 결의에 참여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현금청산자는 잔존 조합원에 대한 부과금과 동일한 성격의 사업비용을 일부 부담하면서도, 그 비용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되어 잔존 조합원에 비하여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둘째, 현금청산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의 항목과 부담 기준 등은 그 비용 부담의 근거가 되는 정관 규정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인데, 단순히 현금청산금 산정 과정에서 사업비용 등을 공제하고 청산할 수 있다고 추상적으로만 규정하고, 도시정비법과 정관의 다른 규정을 통해서도 비용 공제에 관한 구체적 내용과 기준을 알 수 없다면, 현금청산자로서는 조합관계에서의 탈퇴 전에 자신이 부담하게 될 비용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정관의 규정에 근거하여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 등을 공제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현금청산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 항목과 분담 기준 등이 정관에 특정되거나 적어도 이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고 대상 판결에서 판시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익을 조합원이 부담하게 되는 재건축사업의 특성과 현금청산자가 정비사업 종료 이전에 조합관계에서 탈퇴하는 점을 고려하여, 그 비용 항목과 금액은 탈퇴 시점에서 현금청산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 범위 내의 합리적 비용만을 한정하여 정관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대상 판결에서, "예컨대 재건축사업이 기존의 건물을 철거한 후 그 대지 위에 새로운 건물을 건축하여 분양함으로써 그로 인한 수익을 조합원들에게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에도 현금청산 대상자는 재건축사업의 중간 단계에 조합관계에서 탈퇴하여 그와 같은 분양 수익을 누리지 못하므로, 적어도 분양 수익에만 기여하는 비용은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부담하도록 하여서는 안 된다. 또 잔존 조합원들의 이익으로만 귀속되는 비용이나 전적으로 새롭게 건축되는 건물의 형성에만 기여하는 비용 등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리적인 범위 내의 비용으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4. 맺으며
대상 판결 사안으로 돌아가서, 이 사건 정관 조항은 구체적으로 계산 또는 예측 가능한 정비사업비 부담 기준과 비율을 정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대법원은 이 사건 정관 조항을 근거로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 중 일부의 구제를 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상 판결은 현금청산자에 대한 정비사업비 부담과 관련하여, 정관에 포함되어야 할 구체적인 요건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대상 판결에서도, 현금청산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정비사업비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 명확하게 제시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정비사업비 항목과 구체적인 기준에 대하여, 대상 판결의 취지, 유권 해석 등을 통해 표준 정관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재개발사업 관련, 기타 쟁점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다음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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