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탐구] 재건축사업에 있어, 시행자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부동산의 특정승계가 이루어진 경우 발생하는 쟁점들
재건축사업에 있어, 시행자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현금청산자들의 부동산을 취득합니다. 이와는 달리, 재개발사업의 경우, 시행자에게 강제수용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현금청산자들과 협의가 되지 않으면, 수용절차를 통해 현금청산자들의 부동산을 (강제로) 취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재건축사업과 재개발사업의 주된 차이점 중 하나는, 시행자에게 강제수용권이 부여되는지 여부입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실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쟁점 가운데, 재건축사업의 매도청구권과 관련된 부분을 이번 포스팅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재건축사업에 있어, 시행자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부동산의 특정승계가 이루어진 경우 발생하는 쟁점들입니다.
1. 사실관계 정리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재건축사업 시행자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이후에 비로소, 토지 또는 건축물의 특정승계가 이루어진 경우 발생하는 쟁점들입니다. 법률적으로, 두 가지 쟁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행자와 종전 소유자 사이의 매매계약상의 의무를 특정승계인이 승계하는지 여부입니다. 두 번째는, 매도청구소송 계속 중 해당 부동산의 특정승계가 이루어진 경우, 그 특정승계인은 민사소송법 제82조에서 정한 승계인의 소송인수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대법원 2016다25**** 판결(이하 '참고 판결'이라 함) 사안을 통해 쟁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판결 사실관계 정리> 0 A 조합은 서울 광진구 일대의 아파트와 상가에 대한 주택재건축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함)」에 따라 설립된 주택재건축조합입니다. 0 갑은 위 사업지구 내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함)의 소유자로서, A 조합의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0 A 조합은 2011. 10. 20.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점유하던 갑을 상대로, 매매대금의 지급과 동시이행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과 인도를 구하는 소송(이하 '이 사건 소송'이라 함)을 제기하였습니다. 0 한편, 을은 2012. 3. 14.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12. 3. 13. 갑과의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마쳤습니다. 0 A 조합은 갑에게 이 사건 소송의 소장부본 송달로써 재건축 참가 여부를 회답할 것을 촉구하고, 위 소장부본을 소달받은 후 2개월 이내에 회답하지 않으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습니다. 0 위 소장부본은 2012. 7. 3. 갑에게 도달하였는데, 갑은 이를 받고도 2개월이 지날 때까지 재건축 참가의 뜻을 밝히지 않았습니다(이에 따라, A 조합은 갑에게 이 사건 소송을 통해 매도청구권을 적법하게 행사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0 을은 2013. 4. 23.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13. 3. 15.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위 가등기를 근거로 한 본등기를 마쳤습니다. 0 A 조합은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이던 2014. 4. 21. 민사소송법 제82조에 따라 을을 상대로 승계인수신청을 하였습니다. |
위 사실관계 중 핵심적인 부분은, A 조합이 이 사건 소송을 통하여, 갑에게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가 을로 변경된 것입니다. 이미 언급한 문제점으로 돌아가서, A 조합이 갑에게 도시정비법상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가 을로 변경된 경우, ① 시행자 A 조합과 갑 사이의 매매계약상 의무가 을에게 승계되는지 여부, ② A 조합이 민사소송법 제82조에 따라 을을 상대로 하여 승계인수신청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2. 특정승계인 을에게 매매계약상 의무가 승계되는지 여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특정승계인 을은 시행자 A 조합과 갑 사이의 매매계약상 의무를 승계하지 않습니다. 이에 관한 참고 판결의 판시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이하 '매도청구 조항'이라 한다)에 따르면, 주택 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자는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 제48조가 준용되므로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① 사업시행자는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그 승계인 포함)에게 재건축 참가 여부를 회답할 것을 지체 없이 서면으로 촉구하여야 한다. ② 촉구를 받은 소유자는 2개월 이내에 회답을 해야 하는데, 재건축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회답하거나 2개월 이내에 회답을 하지 않은 경우, 사업시행자는 회답 기간 만료일부터 다시 2개월 이내에 소유자(그 승계인 포함)에게 토지 또는 건축물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르면, 재건축 참가 여부를 촉구받은 사람이 재건축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회답하거나 2개월 이내에 회답을 하지 않았는데, 그 토지 또는 건축물의 특정승계가 이루어진 경우, 사업시행자는 승계인에게 다시 새로운 최고를 할 필요 없이 곧바로 승계인을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위 규정은 승계인에게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고, 승계인이 매매계약상의 의무를 승계한다고 정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업시행자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이후에 비로소 토지 또는 건축물의 특정승계가 이루어진 경우, 이미 성립한 매매계약상의 의무가 그대로 승계인에게 승계된다고 볼 수는 없다." |
위 참고 판결은, 매도청구 조항에서 준용하고 있는 집합건물법 제48조 제2항 규정을 법문에 충실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즉, 위 규정은, [재건축 참가 여부를 촉구받은 사람이 재건축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회답하거나 2개월 이내에 회답하지 않은 경우]에 있어, 시행자는 곧바로 승계인을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시행자가 종전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성립한 매매계약상의 의무를 승계인이 승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참고 판결에서는, 도시정비법상 권리·의무 승계 규정에 대한 법리도 판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이하 '권리·의무 승계조항'이라 한다)는 "사업시행자와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권리를 갖는 자의 변동이 있은 때에는 종전의 사업시행자와 권리자의 권리·의무는 새로이 사업시행자와 권리자로 된 자가 이를 승계한다."라고 정하고 잇다. 여기에서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권리를 갖는 자'는 조합원 등을 가리키는 것이고, 사업시행자로부터 매도청구를 받은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매도청구권이 행사된 다음에 토지 또는 건물의 특정승계인이 이 조항에 따라 매매계약상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볼 수도 없다." |
하급심에서는, 위 권리·의무 승계 규정을 근거로 하여, 후술하는, 시행자의 특정승계인에 대한 승계인수신청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권리를 갖는 자"의 범위에 매도청구권이 행사된 후 현금청산자의 부동산을 승계한 특정승계인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지요.
결국, 매도청구권 행사로 인해 성립한 A 조합과 갑 사이의 매매계약상 의무는, 특정승계인인 을에게 승계되지 않습니다.
3. 승계인수신청 인정 여부
참고 판결 사안을 보면, A 조합은 2011. 10. 20. 갑에게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 계속 중 2013. 4. 23.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가 갑에서 을에게 변경되었습니다. A 조합 소송대리인이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가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소유자가 변경된 날로부터 무려 약 1년이 지난) 2014. 4. 21. 을을 상대로 승계인수신청을 하였습니다.
법원은 위 승계인수신청을 받아들여 주었을까요? 해당 부분에 대한 참고 판결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민사소송법 제82조 제1항은 '승계인의 소송인수'에 관하여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동안에 제3자가 소송목적인 권리 또는 의무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한 때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그 제3자로 하여금 소송을 인수하게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토지 또는 건축물에 관한 특정승계를 한 것이 토지 또는 건축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업시행자가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를 상대로 매도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이후에 제3자가 매도청구 대상인 토지 또는 건축물을 특정승계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시행자는 민사소송법 제82조 제1항에 따라 제3자로 하여금 매도청구소송을 인수하도록 신청할 수 없다." |
위 참고 판결에서처럼, 소송 계속 중 제3자가 "소송 목적인 권리 또는 의무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한 때" 승계인의 소송인수가 가능합니다(소송 목적인 권리 또는 의무는 소송물이라고 하는데, 이에 관한 설명은 추후에 기회가 되면 포스팅하겠습니다). 이 사건 소송과 같이, 매도청구소송의 경우, 그 소송물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부동산을 특정승계 취득한 을이, 조합 A에게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있어야, 조합 A의 승계인수신청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을은 조합 A와 갑 사이의 매매계약상 의무를 승계하지 않기 때문에, 을에게는 조합 A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없습니다. 결국, 조합 A의 승계인수신청은, 민사소송법 제8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므로, 법원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요.
4. 맺으며
이상과 같이, 재건축사업에 있어, 매도청구권과 관련된 쟁점 사항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시행자인 조합 입장에서는,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해당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처분 금지 가처분 등을 통해, 참고 판결과 같은 불상사를 사전에 막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합으로서는, 특정승계인을 상대로 다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슬픈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기타,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관련된 법률적 쟁점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다음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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