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합니다)에 의하면,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가 있은 때에는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위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 할 수 없으며(동법 제81조 제1항),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지상권∙전세권 또는 임차권의 설정 목적을 달성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권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동법 제70조 제1항),
위 권리자는 전세금∙보증금, 그 밖의 계약상의 금전의 반환청구권을
사업시행자에게 행사할 수 있습니다(동조 제2항).
위와 같이,
도시정비법에서 정비사업 구역 내의 임차권자 등에게 계약 해지권은 물론,
나아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까지 인정하는 취지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그 의사에 반하여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정지되는 임차권자 등의 정당한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한편,
계약상 임대차기간 등 권리존속기간의 예외로서
이러한 권리를 조기에 소멸시켜 원활한 정비사업의 추진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2561 판결 등 참조)
도시정비법상 위 각 규정들을 종합해 볼 때,
실무에서는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 이후에,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에게 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 이전의 경우,
임차인은 도시정비법 제70조 제1, 2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에게 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7다260636 판결 ; 이하 '참고 판결'이라 합니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 참고 판결 사실관계 정리
0 갑과 을(임차인)은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재개발조합'이라 합니다)이 진행하는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에 있는 서울 마포구 소재 건물에 관하여,
2013. 2. 25. 임대인 병과 임대차계약(보증금 : 8,500만 원, 기간 2013. 2. 25.~2015. 2. 24.)을 체결하였고,
그 무렵 병에게 보증금을 모두 지급한 후 2013. 3. 4. 전입신고를 하였습니다.
0 마포구청장은 2014. 12. 8.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였습니다.
(아직 고시는 되지 않았습니다!)
0 조합은 2014. 12. 27.경 세입자를 포함한 조합원들에게
'이주비 신청 접수기간은 2015. 1. 6.부터 2015. 1. 20.까지,
이주기간은 2015. 1. 21.부터 2015. 6. 21.까지,
조합원의 경우 이주를 빨리할수록 이주촉진비를 지급하는데,
세입자를 포함하여 공가 확인 후 지급한다'
라는 내용의 이주안내문을 발송하였습니다.
0 임차인 갑과 을은 2015. 1. 15. 임대인 병에게 위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면서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였습니다.
0 마포구청장은 2015. 3. 12. 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고시하였습니다.
0 갑과 을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자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차1161호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2015. 3. 20.자 지급명령이 2015. 5. 9. 확정되었고,
이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임대인 병이 조합에 대해 가지는 수용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2015. 8. 17.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타채9882호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습니다.
0 그리고 갑과 을은 조합에게 이 사건 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3. 당사자들의 주장
먼저, 원고들인 갑과 을의 주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조합의 정비사업으로 인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고,
임대인인 병이 보증금반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므로,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합니다)
제44조 제2항(현행 제70조 제2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피고 조합에게 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 조합은,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행사하려면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시점까지
계약상 임대차기간이 존속하여 임차인의 지위에 있어야 하고,
그 이전에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거나 종료된 임차인은 그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해야 하므로,
임차인이 아니라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진 채권자에 불과한 원고들은
피고 조합의 정비사업으로 인해 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정지된 자라고 할 수 없다'
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서두에서 살펴본 것처럼,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 이전에,
임차인이 구 도시정비법 제44조 제1, 2항(현행 도시정비법 제70조 제1, 2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4. 판 단
원고들과 피고의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본문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을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구 도시정비법 제54조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고, 사업시행자가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53635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게 되면
위 조항을 근거로 정비구역 내에 있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임차권자 등을 상대로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2561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임차권자는 임대차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자신이 점유하고 있는 임대차목적물을 사업시행자에게 인도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다면
임차권의 설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구 도시정비법 제44조 제1, 2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이라도
정비사업 계획에 따라 사업시행자에 의한 이주절차가 개시되어 실제로 이주가 이루어지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임차인에게 임대차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이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정비사업의 진행 단계와 정도, 임대차계약의 목적과 내용, 정비사업으로 임차권이 제한을 받는 정도,
사업시행자나 임대인 등 이해관계인이 보인 태도, 기타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법문상으로 보면 피고 조합의 주장이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으나,
이 사건 조항(구 도시정비법 제44조 제1, 2항)의 취지와
구체적 타당성 등을 고려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의 적용 범위를 확장해서 해석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안에 대해 위 법리를 토대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원고들은 2015. 1. 15. 소외인(병)에게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는데,
비록 원고들의 해지 시점이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이기는 하지만
이때는 이미 마포구청장이 피고의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여 가까운 시일 내에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였다.
나. 사업시행자인 피고 역시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후
정비구역 내에 거주하고 있던 세입자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주안내문을 발송하여
정해진 이주기간 내에 이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다. 피고가 정한 이주기간도 원고들이 해지권을 행사한 후
불과 며칠 후인 2015. 1. 21.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라.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에 임대차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들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인 피고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5. 맺으며
정비사업 시행으로 인하여,
임차인들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임차목적물에서 퇴거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임대인과 보증금 반환 문제로 인해 갈등을 빚게 되는데요,
참고 판결은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 이전이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임차인들이 도시정비법상 규정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에게 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임차인들의 정당한 권리를 좀 더 두텁게 보호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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